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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이신 예수

태초의 말씀

요한복음 1:1-5
  1. 태초에 말씀(a)^{(a)}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5. 빛이 어둠에 비치되, 어둠이 깨닫지(b)^{(b)} 못하더라.

요한복음의 서두는 말씀이 곧 하나님이란 것과 태초에 말씀을 통해 만물이 창조되었음을 설명합니다. 이는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내용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줍니다(창 1:1-4).

창세기 1:1-4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3.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4.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땅은 흑암(어둠) 속에 있었고, 말씀으로 가장 먼저 만드신 것이 빛이었습니다. 이것은 요한복음에 정확히 평행되는데, 말씀 안에 생명이 있고,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며, 빛이 어둠에 비췄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는 어둠 속에 빠져 영적 죽음의 상태에 살고 있던 인류에게 구원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요한은 창세기의 창조 서사를 모델로 삼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영적 재창조와 구속의 역사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a) "말씀"의 의미

원문에는 "로고스"(λόγος)로 원래 그리스 철학에서 우주를 지배하는 이성적 원리나 질서를 의미했습니다. 구약에서는 "말씀"을 "다바르"(דָּבָר)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창조하고 역사하는 능동적 힘을 나타냅니다. 요한은 그리스 철학의 "로고스"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그 내용을 구약의 "다바르" 전통으로 채워넣었습니다.

로고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①영원성(태초부터 존재), ②신성(말씀 = 하나님), ③창조의 주체(만물을 창조함), ④생명과 빛의 근원. 특히 14절은 성육신의 핵심을 보여주는데, 영원한 로고스가 역사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나타나셨음을 선언합니다. 이는 다른 신약 저자들이 "로고스"를 하나님의 메시지나 복음을 지칭하는 데 사용한 것과 달리, 요한만이 예수 그리스도 자체를 로고스로 직접 동일시한 독특한 기독론입니다. 이러한 연결고리 덕분에 요한복음의 로고스 기독론은 구약의 말씀 신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도, 그리스-로마 세계에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b) "깨닫지"의 의미

원문에는 "카탈람바노"(καταλαμβάνω)로 "이해하다" 또는 "이기다"로 번역됩니다. 요한은 어둠이 빛을 이해하지도(예수님이 우리의 구원자이자 생명으로 오신 줄 이해하지 못함) 이기지도(사망과 악의 세력들이 예수님을 이기지 못함) 못한 이중적인 의미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됩니다.

참 빛이신 말씀

요한복음 1:9-14
  1.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2.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3.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4.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5.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
  6.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예수님께서 선지자를 통해 예언되신 것처럼 어둠 속의 빛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사 9:2).

이사야 9:2
  1.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진 땅에 거주하던 자에게 빛이 비치도다.

세상은 하나님(= 말씀 → 생명 = 빛)에 의해 창조되었고, 이 빛이 예언되었던 대로 유대 백성에게 오셨지만 사람들은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선지자를 통해 예언되었습니다 (사 53:3).

이사야 53:3
  1. 그는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 받았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가리는 것 같이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으면 유대 백성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하나님의 자녀가 될 권한을 주셨다고 설명합니다. 후에 바울도 이것을 사람들에게 증언합니다 (갈 3:26).

갈라디아서 3:26
  1. 너희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으니

이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특정 민족이 아닌 온 인류에게 행해졌으며, 누구든지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심

요한복음 1:16-18
  1.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2.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어진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
  3.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하나님이신 말씀이 육신을 입어 이 땅에 오신 것이 예수님입니다. 요한은 예수님의 제자로 그분의 영광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입니다 (마 17:1-5).

마태복음 17:1-5
  1.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데리시고 따로 높은 산에 올라가셨더니,
  2. 그들 앞에서 변형되사 그 얼굴이 해 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
  3. 그 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와 더불어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이거늘,
  4. 베드로가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만일 주께서 원하시면 내가 여기서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님을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리이다."
  5. 말할 때에 홀연히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시는지라.

또한 예수님이 그분의 충만한 은혜와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주셨다고 증언합니다. 이는 이사야 42:3에 예언된 메시야의 성품과 동일합니다 (은혜: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을 것, 진리: 성실하게 정의를 실현할 것).

이사야 42:3
  1.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사람은 누구도 하나님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하나님과 가장 가까이 교제했던 모세조차도 하나님을 직접 뵈지 못했고, 단지 하나님의 등만을 보았습니다 (출 33:18-23).

출애굽기 33:18-23
  1. 모세가 이르되, "원하건대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
  2.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내 모든 선한 것을 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고 여호와의 이름을 네 앞에 선포하리라. 나는 은혜 베풀 자에게 은혜를 베풀고 긍휼히 여길 자에게 긍휼을 베푸느니라."
  3. 또 이르시되, "네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니 나를 보고 살 자가 없음이니라."
  4. 여호와께서 또 이르시기를, "보라, 내 곁에 한 장소가 있으니 너는 그 반석 위에 서라.
  5. 내 영광이 지나갈 때에 내가 너를 반석 틈에 두고 내가 지나도록 내 손으로 너를 덮었다가,
  6. 손을 거두리니 네가 내 등을 볼 것이요 얼굴은 보지 못하리라."

그러나 하나님의 독생자이신 예수님께서 육신을 입어 세상에 친히 오셔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알려주셨습니다.

tip

18절 "독생하신 하나님"은 그리스어 원문 "μονογενὴς θεὸς" (monogenēs theos)을 직역한 것입니다 (μονογενὴς (monogenēs): 독생의, θεὸς (theos): 하나님). 일부 사본에서는 "μονογενὴς υἱός" (monogenēs huios, "독생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독생자이시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님이심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