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소개
시대적 배경
요한복음은 A.D. 85-100년경, 소아시아의 중심 도시인 에베소에서 기록되었습니다. 에베소는 헬라 철학과 종교가 융합된 복잡한 문화적 환경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당시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분리가 더욱 명확해지면서 교회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던 시기였습니다. 외부적으로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가 다시 시작되었고, 회당에서의 출교가 빈번해졌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영지주의와 같은 초기 이단 사상들이 확산되면서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에 대한 잘못된 가르침들이 교회에 침투하여 심각한 교리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요한의 말년이기도 한 이 시기는 사도 시대의 막바지였습니다. 베드로, 바울, 야고보 등 주요 사도들이 이미 순교한 상황에서 사도적 전승의 보존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동시에 다른 복음서들(마태, 마가, 누가)이 이미 유통되고 있어, 이를 보완하고 더 깊은 신학적 성찰을 제공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의 참된 정체성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었습니다.
저자와 기록 목적
사도 요한은 갈릴리 어부 출신으로 세베대의 아들이었으며, 야고보와는 형제였습니다(마 4:21). 자신을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요 13:23)로 불렀던 요한은 베드로, 야고보와 함께 예수님의 핵심 제자였습니다.
- 예수의 제자 중 하나, 곧 그가 사랑하시는 자가 예수의 품에 의지하여 누웠는지라.
요한은 예수님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의 직접적인 증인이었습니다. 그는 십자가 현장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어머니 마리아를 돌보라는 부탁을 받았고(요 19:26-27), 부활 사건의 초기 목격자로서 빈 무덤을 확인했으며(요 20:1-10), 디베랴 바다에서의 마지막 만남에도 참여했습니다(요 21장).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돌보았던 요한은 다른 사도들이 모두 순교한 후에도 살아남아 사도적 증언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요한은 복음서뿐만 아니라 요한일서, 이서, 삼서와 요한계시록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며,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면서도 참된 인성을 동시에 증거했습니다. 그는 일곱 개의 "나는 ... 이다" 선언과 일곱 개의 표적을 통해 예수님의 정체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영생, 빛과 어둠, 진리와 거짓, 사랑과 미움 등의 대조적 주제들을 통해 예수님을 통한 구원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했는데, 이는 당시 교회가 직면한 교리적 혼란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정체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믿는 자들로 하여금 확고한 믿음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이 하신 자기 선언들입니다:
- "나는 생명의 떡이다" (요 6:35)
- "나는 세상의 빛이다" (요 8:12)
- "나는 양의 문이다" (요 10:7)
- "나는 선한 목자다" (요 10:11)
-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요 11:25)
-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요 14:6)
- "나는 참포도나무다" (요 15:1)
이는 구약의 하나님 이름 "여호와"(YHWH = "I AM")와 연결되어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합니다.
요한복음에서 "표적"이라고 불리는 기적들입니다:
- 물을 포도주로 바꾸심 (요 2:1-11) → 구약의 율법에서 신약의 은혜로의 전환을 상징
- 왕의 신하의 아들을 고치심 (요 4:46-54) → 거리와 시공간을 초월한 말씀의 권세를 나타냄
- 안식일에 오래된 병자를 고치심 (요 5:1-15) → 안식일 치유를 통해 율법을 초월한 은혜의 역사를 보여줌
- 오병이어로 5,000명을 먹이심 (요 6:1-14) →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의 영적 양식 공급을 예표
- 폭풍 속에서 물 위를 걸으심 (요 6:15-21) → 자연을 다스리는 창조주적 권능으로 혼돈과 두려움을 정복
- 날 때부터 맹인 된 자를 고치심 (요 9:1-41) →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을 통한 영적 깨달음과 진리 계시
- 나사로를 살리심 (요 11:1-57) → 부활이요 생명이신 예수님의 궁극적 승리를 실증
이 사건들은 단순한 기적(δύναμις "뒤나미스")이 아니라 예수님의 정체성을 계시하는 표적(σημεῖον "세메이온")으로서, 각각 깊은 영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일곱"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완전함을 상징하며, 예수님에 대한 완전한 계시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합니다.